김성은 디자이너

매뉴얼 인터뷰_3

2022-12-13

매뉴얼 구성원들을 소개하고 멤버들의 속 이야기까지 들어 볼 수 있는 매뉴얼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세번째 인터뷰이는 매뉴얼 워커홀릭 김성은 디자이너입니다. 성은님은 매뉴얼에 신입 디자이너로 입사한뒤 벌써 3년차 디자이너로서 지금은 매뉴얼의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성은님. 성은님은 이번이 KEEEET 인터뷰 이후에 두 번째 인터뷰네요. 두 번째 이신 만큼 긴장도 덜 하실 것 같아요, 능숙한 인터뷰 기대하겠습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킫 이후로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일 년 만에 다시 돌아오게 되었네요. 그사이 많이 찌든 매뉴얼 디자이너 김성은입니다. 

최근 몇 달간 구성원들의 변화가 생기면서 성은님이 매뉴얼의 고참 디자이너가 되었어요. 지금까지 성은님의 매뉴얼 라이프는 어떤가요?

제 매뉴얼 라이프는 늘 아등바등 이에요(웃음). 입사 초반에는 신입이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업무가 벅찼고, 연차가 조금 쌓인 후에는 성장한 만큼 내야 하는 퍼포먼스나 신경 쓸 부분이 많아져서 때문에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겠죠?

올해 제게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주던 예지님과 혜민님이 퇴사하셨어요. 그 이후로 공허한 마음을 쥐고, 정신적으로도 홀로서기에 나서는 중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0년 차 디자이너로 입사해, 벌써 ‘고참’ 수식어를 얻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머네요. 여전히 고군분투 중입니다. 

성은님의 첫 회사가 매뉴얼로 알고 있어요, 입사 전과 지금의 매뉴얼은 어떤 점이 같고 또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매뉴얼에 지원했을 무렵 매뉴얼이 경복궁으로 이사 왔을 시점이었어요. 인스타로 훔쳐보며 공간이 멋있다고 생각했고, ‘타이포그래피 서울’에 실린 성균님의 인터뷰를 읽으며 ‘좋은 대표님’일 것 같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네요. 공간과 서촌이라는 위치는 여전히 좋다고 생각하고 성균님에 대한 생각은..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는 농담이고요. 75%정도는 여전히 동일합니다 (웃음).

크게 달라진 점을 나열해보자면 클라이언트의 규모가 커졌고, 프로젝트 중 브랜딩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 같아요. 물론 내부 인원도 많아졌고요. 전체적으로 많이 성장한 느낌입니다.

그간 디자이너로 지내면서 경험치도 많이 쌓이고 보는 눈도 많이 달라졌을 거 같은데요, 혹시 예전 작업을 다시 돌아보면 어떤가요?

예전 작업을 보면 대부분 참담한 마음입니다(웃음). 입사한 지 1년 정도 됐을 즈음, 지원 당시 제출했던 포트폴리오를 다시 봤었어요. 그때 느낀 끔찍함을 잊을 수가 없네요(웃음). 그 이후로 다시는 열어볼 수 없었어요..

반면에 ‘저걸 내가 어떻게 했었지?’ 하는 작업도 몇 개 있어요. 그 중 하나가 입사 후 가장 처음 했던 프로젝트인 ‘박창증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의 브랜딩(의 탈락 시안)입니다. 승희님이 전반적인 진행을 맡아주셨었고, 저는 로고만 담당해서 진행했었어요. 기존 심볼의 모티브가 ‘(프로이트의) 의자’였고, 공간은 우드가 많이 사용되어 따듯한 무드였어요. 거기서 영감을 받아 나무 의자 형태를 로고 타입에 적용해 통째로 레터링 했었죠. 글자 수가 꽤 많았는데도요. 

그 이후로 로고를 통째로 레터링 한 경우는 없었어요. 레터링은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한 시안의 한 로고에만 긴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당시보다 지금 레터링 감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고요(웃음). 편견과 경험치가 없어서 나올 수 있었던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성은님은 다른 분야 전공을 하시고 디자이너가 된 걸로 알고 있는데, 계기와 그에 따른 이야기가 궁금해요.

제 과거 이야기는 최대한 공개하지 않고 싶었지만 매그진을 위해서 풀어볼게요. 감사합니다 한연님… 장난이고요(웃음). 생각보다 디자인은 전공자가 아닌 분들이 드문 것 같아요. 매뉴얼에도 다른 전공을 가졌던 분은 없고요. 

저는 실용음악과를 전공했다가, 성향에 맞지 않는 걸 깨닫고 빠르게 자퇴한 케이스입니다 (웃음). 음악은 어찌 됐던 퍼포밍을 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학교에 다니면서 노래를 좋아하는 마음보다는 나서는 걸 싫어하는 성향이 더 크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고 내린 결정이었죠. 자퇴 후, 어떻게 먹고 살 수 있을지 고민이 컸어요. 당시 회사 사무직으로 아르바이트 하다가 정규직 제안을 받았었는데, 일도 페이도 나쁘지 않았지만,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때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재미나 성취를 느끼게 하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던 차에, 디자인이 생각났어요. 고등학교 때 작업했던 경험이 좋게 남아있었거든요. (특성화고 시각디자인과 출신이에요) 그래서 여차여차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지금 돌이켜보면 굉장히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감히 천직인 것 같다고 느끼기도 하고요. 분명 힘도 들지만, 디자인은 제가 살면서 사용하고 싶었던 감각들을 다 사용하게 하는 일인 것 같아요.

또, 저는 매뉴얼에 다니게 된 게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비전공자에 경력도 하나 없는 사람을 누가 뽑고 싶겠어요. 아무래도 성균님이 비전공자셔서 조금 더 열린 마인드시지 않았나.. 늦은 감사를 드립니다.

혜민님한테도 같은 질문을 여쭤보았었는데, ‘디자이너 김성은’ 이라고 적힌 명함을 받고 어땠나요? 성은님은 다른 디자이너들 보다 좀 더 특별했을 것 같아요.

의외로 곤란했어요.(웃음) 저는 첫 출근 날 입사 선물로 명함을 받았는데요. 원래는 입사 후 명함이 나오기 전 핸드폰 번호를 바꾸고 싶었거든요. 제가 사용하는 번호가 많이 낡았는지, 다른 사람들을 찾는 연락이 굉장히 많이 와요. 스팸도 많이 오고요. 취업준비 때는 이력서에 적힌 인적 사항과 달라지면 곤란하니까 입사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매뉴얼이 저보다 발 빠르더라고요 (웃음). 그래도 제 명함이 생긴다는 건 들뜨는 일이긴 했어요. 당일에 바로 가족한테 한 장씩 증정하고요. 아무튼 이년 반이 지난 현재, 저는 여전히 번호를 바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3년 가까이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가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고 애정이 있는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아무대로 킫과 틈이 가장 애정이 가요. 한 글자 프로젝트를 좋아하는 걸까요?(웃음) 킫은 이전 인터뷰에서도 얘기했지만, 처음으로 제가 리드한 브랜딩 프로젝트이기도 하고, 제가 만든 아이덴티티가 공간의 관점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볼 수 있었던 점이 재밌었어요. 또,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도 공간의 성격을 잘 드러낸 그래픽과 이름이라고 자부합니다.

틈은 작업에 많은 시간을 쓸 수 없었던 현실적 제약과 올해 10월 문을 닫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슬픔이 애착으로 남아서 기억에 남아요. 또 처음으로 비핸스 딱지를 받은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저는 매뉴얼이 첫 회사라, 늘 스스로가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조금 있는데, 그게 아니라고 인정받은 기분이랄까요.(웃음)

반대로 가장 아쉬운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파르세나 회의 중

사실 몇 달 전 작업만 돌아봐도 아쉬움이 남는 것 같아요. 그새 많이 보고, 조금은 더 나아졌기 때문일까요? 시안을 잡을 때도 앞서 잡은 안보다 후에 잡은 안이 나은 경우가 많고요. 그래도 딱 하나를 꼽자면 파르세나에요.

‘아파트 다운 미감’이라든지 그 정도 금액대를 지불하는 고객층이라든지.. 시안 단계부터 브랜드 카테고리가 익숙지 않아서 오는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결론적으로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지만, 처음부터 모든 걸 잘 고려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프로젝트 규모에 비해서 실 제작된 산출물이 거의 없던 것도 아쉬움 중에 하나이고요. 

여러 디자이너분들을 경험하다 보면 업무 스타일도 다양 하다는 걸 많이 느껴요, 성은님의 업무 스타일은 어떤가요?

카리스마 성은

질문이 어렵네요.(웃음) 제 업무 스타일에 대해 정의 내려 본 적은 없지만, 말하자면 전전긍긍하며 쏟아붓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저는 불안도가 높은 사람이라, 업무를 받았을 때 어느 정도 실마리가 보일 때까지는 스스로를 다그치는 편이에요. 디자인이라는 게 시간을 투자한 만큼 아웃풋이 나오는 게 아니니까, 할 수 있을 때 해두자는 심리죠. 마음 불편하게 1시간 쉬느니, 30분 더 하고 맘편히 30분 쉬자는 주의에요. 성균님은 제가 일하는 거 보면 ‘빡세다’고, 완급조절하라고 자주 얘기하십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동의해서, 요즘은 에너지를 분배해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려고 노력 중입니다. 물론 100만큼 해야 하는 일엔 당연히 100을 해야지만요!

성은님이 선호하는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다양한 작업을 경험하면서, 좀 더 잘할 수 있다고 느낀다거나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가 있을 거 같아요. 

브랜드 카테고리로 따지면 딱히 호불호는 없고, 보통 안 해본 분야의 프로젝트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다양하게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 반, 기존에 했던 프로젝트에 질린 마음 반(웃음). 또, 공간을 함께 고려할 수 있거나 산출물이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좋아해요. 화면에서만 존재하던 그래픽들을 물성이 있는 형태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확장된다고 느끼거든요. 그래서인지 웹보다 브랜딩을 더 재밌어하기도 하고요.

매뉴얼에서의 경험을 통해 스스로 성장 또는 변화했다고 느낀 경험이 있을까요? 

저는 매뉴얼이 첫 회사라, 제가 가진 모든 역량이 매뉴얼에서의 경험을 통해 얻어졌다고 봐야 맞을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제 작업에 대해 설득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점이에요. 입사 전에는 직감에 의존하거나 제 스스로만 납득하면 되는 디자인을 주로 해왔다면, 실무에서는 매뉴얼 내부는 물론 클라이언트까지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시각물에 대한 논리적 근거나 객관성을 갖추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아요. 매뉴얼에서는 작업자가 직접 제안서를 만들기도 하고, 내부 리뷰도 많이 하는 편이라 이 능력이 갖춰지기에 더 좋은 환경이기도 했고요. 

혜민님은 영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하셨는데, 성은님은 일상 속에서 영감을 얻거나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머리를 비워야 새로운 것들이 생각나는 편이라, 아무런 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면서 회복하는 편이에요. 특별하게는 여행을 가고 소박하게는 넷플릭스를 보는 것처럼요. 한마디로 ‘멍청 시간’을 가진달까요. 직접적인 영감을 얻는다고 하기엔 뭐 하지만, 복잡한 생각을 리셋하고 새로 시작할 힘을 얻는데에는 꽤 도움이 돼요. 가끔 운 좋게 당장 필요한 무언가를 얻을 때도 있고요. 예를 들어 생각 없이 보던 드라마 속 가게에서 괜찮은 간판을 발견한다든지요.

성은님의 노동요에는 어떤 노래들이 들어있나요? 특별히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장르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튜브 링크로 공유 하겠습니다. 같이 들어보아요. 하하

👉🏻성은님의 유튜브 뮤직 플레이리스트

성은님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나 혹은 상품이 있을까요?

때마다 ‘좋다’고 느끼는 브랜드는 많이 있는데, 확실히 ‘가장 좋다’고 하나를 뽑기는 약간 어렵네요(웃음). 대신 요즘 좋아하는 브랜드를 꼽자면 ‘레어로우 Rareraw’에요. 레어로우는 기존에도 알고 좋아하던 브랜드이긴 하지만, 최근 가구 브랜드 아이덴티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깊게 파보면서 더 좋아진 브랜드입니다. 우선은 가구가 제 취향이고(웃음), 선보이는 제품의 무드와 시각적 아이덴티티가 같은 결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브랜딩을 잘 전개해나가고 있다고 느껴요. 레어로우는 비비드한 컬러 옵션이 많은데, 

브랜드 컬러인 네온 그린이 그런 특성과 ‘레어’함을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인스타그램에 퍼플리싱 되는 이미지의 무드도 타겟층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고 느껴지고요. 

디자이너로서 일적이든 개인적인 삶의 목표나 이루고 싶은 게 있나요? 10년 뒤의 성은님은 어떤 모습일까요? 어떤 브랜드의 작업을 하고 싶다거나 본인만의 스튜디오를 열고 싶다거나 등등..

거창한 목표는 없는 편이지만,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고 싶어요. 지금으로서는 디자인이에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디자인을 하게 된 이유에 자아실현이 꽤나 큰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에, 10년 뒤의 저도 계속 성장하고 있었으면 해요. 하지만 체력이 체력인 만큼 지금보다는 약간 느린 속도여도 좋을 것 같고요(웃음).

 요즘에 여행들을 다시 많이 떠나고 있는데, 일주일에 휴가가 주어진다면 어디로 떠나실 건가요?

승희님의 제주 사진

일주일 밖에 시간이 없다면 역시 제주도를 갈 것 같아요. 사무실 한쪽 벽에 승희님이 찍은 눈 덮인 한라산 사진이 걸려있는데, 비현실적이기도 하고 묘해서 실제로 꼭 보고 싶어요. 마침 겨울이니까, 하루는 한라산에 가면 좋을 것 같고, 또 하루는 보말 죽을 먹고 싶어요. 아, 전에 혜원님이 추천해 준 ‘시인의 집’도 방문하고요!

매뉴얼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제주도 워크샵이 가장 인상적이에요. ‘제주도’라는 장소가 워낙 좋기도 했지만, 회사 분들과의 친밀감이 제주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가까워졌던 시간이었어요. 3박 4일동안 눈 떠서부터 감을 때까지 같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워크샵 이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많이 쌓이기도 했어요. 한연님(플랜맨)을 제외한 모두가 즉흥적인 편이라, 차타고 가다가 아무 곳에나 내려서 탐방하다 소를 만나거나, 성균님이 살인진드기에 위협받기도 했고요. 흔히 할 수 없는 경험이라고 생각돼서 기억에 남아요.

성은님의 아지트 같은 공간이 있나요? 카페나 도서관같이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성은님만의 공간.

바로 떠오르는 것은 집…! 농담입니다(웃음). 저는 기회가 되면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항상 방문하는 아지트 같은 공간은 없지만, 경험했던 곳 중 좋은 곳은 추천하자면 홍대의 ‘모리츠 플라츠’라는 카페에요. 정갈하지만 사용감이 느껴지는 가구들과 분위기가 오히려 아늑하게 느껴졌어요 가게가 그리 좁지 않아 오래 머물거나 대화를 나누기에도 좋아 보였고요. 물론 커피도 맛있었습니다. 홍대에서 작업할 일이 생기면 종종 방문하는 곳이에요.

좋아하는 디자이너 또는 스튜디오 하나만 소개해 주세요.

타입 기반의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 중, ’Pot Works’를 좋아해요. 개인적으로 레터링이나 서체 제작에 관심이 있어서 옛날부터 인스타 팔로우하고, 새로운 작업이 올라올 때마다 지켜보고 있는 곳이에요. 대부분의 작업이 센스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파트먼트 풀 전용 서체 작업은 특히나 멋지다고 느껴요. ‘가구’의 단단함과 인식할 만한 차별성, 글자로서의 가독성 모두 갖췄다고 생각해요. 시각적으로도 아름답고요! 현재 서체 작업도 진행 중인 것 같아 기대 중입니다.

성은님은 디자이너 말고 다른 직업을 선택한다면 뭐가 떠오르나요? 

디자이너 성은 킴

제 능력치를 제외하고 선택하자면 번역가가 되고 싶어요. 잘하는 외국어는 전혀 없지만(웃음) 언어에 흥미가 있기도 하고, 미디어 매체나 글 보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라 일석이조인 느낌이랄까요? 물론 현실은 다르겠지만요.

예전에 황석희 번역가가 번역이 퍼즐과 같다는 이야기를 한 인터뷰를 본 적이 있었어요. 고민이 필요한 자막이 정말 많고, 그 문장이라는 퍼즐을 풀기 위해 온갖 시도를 다 해본다고요. 같은 의미를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중 문맥과 상황, 문화에 맞는 단어와 문장을 선택하는 일이 디자인하고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디자인도 재밌으니까 저것도 재밌을 수 있겠다 싶었죠. 영어도 좋고, 스페인어나 불어도 좋을 것 같아요. 

모든 일이 그렇지만, 디자인이 좋아 김성은 디자이너가 되었지만, 디자인하는 모든 순간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을 거 같아요. 그럼에도 계속하게 되는 이유나 원동력이 있을까요?

디자인을 좋아해도, 도망치고 싶은 순간들도 많이 찾아오더라고요(웃음). 그럴 때마다 앞으로 이 일을 안 하고 살 수 있을지 고민하는데, 아직까지는 안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 적이 없었어요. 그럼 어차피 한 번은 이 순간을 맞서야 하니까 견뎌보자고 생각하죠. 또, 저는 이미 전공을 한번 바꾼 사람이라 ‘그만둠’에 대해 스스로 더 인색하게 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한 번은 괜찮지만 두 번, 세 번 그만두면 제 생각이 나 행동의 길이 그 방향을 향하게 될까 조심스러워요. ‘이겨내지 못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원동력이 되기도 해요.

성은님의 매뉴얼 라이프를 응원하며 세 번째 인터뷰를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