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점심 원정대 번외편

2022-04-27

매뉴얼은 한 달에 한번 점심 원정대라는 재미난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4월은 특별히 번외 편을 더한 2번의 원정을 떠나기로 했다. 목적지는 작년 말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떠난 성균님의 집. 다들 사진으로는 몇 번 봤고 성균님 또한 굉장히 만족하고 계시다 하셨기에 다들 기대감을 갖고 삼송으로 떠났다.

매뉴얼도 이제 차 한 대로 움직일 수 없어서 4명, 3명 따로 나눠서 타고 도착했다. 선발대는 일찍 도착해서 동네를 여유롭게 둘러보았다.

성균님이 왜 삼송을 추천하시는지 조금을 알겠다. 회사에서도 지하철로 35분 정도이고 한적하고 여유롭다. 날씨가 조금만 더 화창했으면 거의 이사 올 뻔했다.

산타 도착. 🎅🏻

성균님과 보미님 그리고 규리님은 마트에서 장을 잔뜩 봐서 도착했다. 평소에는 별로 말씀이 없으셨던 보미님은 주류코너에서 눈빛이 반짝반짝 🤩 말씀이 많아지셨다는 후문이 있었다. 보미님이 추천한 안동소주는 정말 깔끔하고 맛있었다. 🍶

소파 보이면 일단 눕기.

금요일이라 그런지 다들 지쳐 있었다 (사실 매일 지쳐있다). 성균님은 산책을 하고 파티를 시작하려고 하셨던 거 같은데, 다들 성균님을 밥 주는 어미 새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성균님 동공 지진 😨.

이미 테라스에 자리까지 미리 준비해두셨다. 제대로 캠핑 온 느낌이다. 불을 때워 숯을 만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1차 좌절. 그전까지 앉아서 와인 한잔하기로 했다.

직원들끼리 월급을 한 푼 두 푼 모아 약소하지만 정성을 담은 와인을 사 갔다. 기뻐해 주셔서 다행이었다 (우리가 다 먹었지만).

성균님은 그 사이에 장작에 불을 붙여 숯불을 만들고 계셨다. 정말 이렇게 생 불을 보는 건 오랜만이었다.

한 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 성균님. 금세 불을 지피시고 스테이크 밑간까지 하고 계신다. 말로만 듣던 토마호크 스테이크다. 생고기 조차 맛있어 보였다.

굿바이 예지님.

사실 오늘 파티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몰아서 하는 걸 좋아하는 편). 보미님 환영회 겸 성균님 집들이 겸 ‘예지님 환송회’다. 예지님은 4월을 끝으로 매뉴얼을 떠나게 되었다 😭. 예지님과 함께하는 마지막 원정대라고 생각하니 다들 아쉬운 마음이 커보였다 (하지만 사진 속의 예지님의 모습은 가장 밝아보였다.. 하하). 그래서 이번 글은 예지님이 떠나기전 며칠 간의 점심의 원정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디스패치 혜민님.

다들 예지님과 이야기하며 옛날 추억도 나눴지만, 이미 눈과 코는 토마호크에 가 있었다.

첫 고기는 예지님에게.

소고기 양고기 둘 다 정말 맛있었다. 양평에서도 느낀 거지만 성균님의 고기 굽기 스킬은 👍🏻. 역시 먹짱은 단순히 잘 먹기만 해서 되는건 아니라고 다시 한번 느꼈다.

남영동에 유영욱 바베큐 연구소가 있다면 삼송에는 성균리 바베큐가 있다. 개인적 맛 평은 ★★★★★. 다른 팀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진에는 없지만 마지막에 먹은 된장찌개까지 삼위일체가 되어 완벽한 저녁 끝. 😎

저녁에는 성균님의 깜짝 선물이 있었다. 예지님에게 주는 공로상..! 다들 성균님의 예상치 못한 따뜻함에 감동, 눈물이 왈칵했다.

다들 너무 자기집 안방 같다.

예지님은 매뉴얼의 터줏대감이었고, 다들 입사 시점의 차이가 있지만 입사했을 때 모두 예지님이 맞이해줬었다. 그래서 모두가 예지님과 가장 오래 매뉴얼 생활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짧으면 몇 개월 길어야 3년이지만, 매일 얼굴을 보고 점심도 같이 먹으며 가족보다 더 고밀도(?)의 만남을 보냈기 때문에 예지님이 없는 매뉴얼은 더 상상하기 쉽지 않다.

다들 막걸리 한 잔씩 마시며 떠나보내는 아쉬움과 그간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누며 마무리했다. 🫠

항상 점심을 먹으러 내려가면 마주하는 모습이다. 익숙하지만 점심 원정대 호스트를 위해 모두에게 포즈를 구하고 한 컷 📸.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에게 포즈를 요청해서 사진을 담는 내 모습과 자연스러움을 포기하고 포즈를 취하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 어색해 이런 사진은 찍지 않았다. 하지만 찍어 놓고 보면 대부분 그 어색함 속에서도 자연스러움이 나오고 함께 사진을 찍는다는 느낌이 들어 종종 요청하곤 한다. 요즘은 다들 알아서 포즈를 취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슬픔을 참는 혜민스님의 포커페이스. 부처님 같다.

종종 점심 식사 후에 수성동 계곡에 산책을 가곤 하는데, 그때마다 궁금했던 소바 집 노부. 예지님의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오늘의 점심은 소바로 정했다. 아쉽게도 성균님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여름은 이제 시작이니 다음에는 성균님과 함께 냉소바 한 그릇 하러 와야겠다.

메뉴는 모두 소바와 카레 위주이다. 가격대가 조금 높은 편이긴 한데. 오히려 가격이 높아 좀 더 기대되는 이상한 심리가 있다. 하하 🥲

예지님과 성은님, 다람쥐와 바우어 새는 굉장히 가깝다. 동물 커넥션이 있어서 그런지… (농담입니다). 성은님과 예지님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도 많고, 게다가 성은님의 매뉴얼 첫 프로젝트를 예지님과 함께 해서 정이 더 많이 들었다고 했다. 두 분 단란하게 사진 찍어드리려고 자리도 옮겨드렸다.

나와 보미님은 우측에 매니아 소바 19,000원 성은님과 예지님은 메일 소바와 카레라이스 세트 15,000원. 마와 낫또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선택할 수밖에 없는 메뉴였다. 의외로 보미님도 좋아하신다고 해서 시킨 매니아 소바는 두 재료의 매니아가 아닌 사람은 도전하기 힘들 수도 있을 정도로 재료 본연의 맛이 강하다. 나는 매우 만족스럽게 먹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 물리긴 했는데 가격을 생각하며 그릇을 비웠다. 🍜

★★★★★ 5점 만점 기준.

한연 ★★★★ 5점을 줄 수 있는 맛 이었지만 가격에서 반개를 뺐다. 나머지는 긴 웨이팅과 협소한 공간 때문에 감점. 맛있다.

성은 ★★★★ 맛과 공간과 소품, 사장님까지 모든 것이 정갈했어요. 좁지만 분위기가 좋았고, 덥고 삼삼한게 끌리는 날이면 생각날 듯합니다.

혜민 ★★★★★ 가장 기본인 면이 예술. 얇은데 툭툭 끊어지지 않으며, 밀가루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공간과 집기류도 멋있었는데, 물잔이 예뻐 여쭈어보니 일본 장인에게 별도 주문한 잔이라고. 맛과 멋이 충만한 곳.

규리 ★★★★★ 좋은 분위기, 담백한 음식이 좋았어요. 큰 테이블 하나를 다른 손님과 같이 써야하는게 초큼 아쉬워요.

예지 ★★★★★ 들어가자마자 맛있는 간장 냄새가 가득했습니다. 메밀이 거친 느낌인데 면 자체는 야들하고, 익힌 정도도 딱 좋았어요. 처음 본 사람들과 둘러 앉아 먹는 오묘한 느낌을 좋아하는데 여기가 마침 원테이블이네요.

보미 ★★★★★ 아늑하면서도 멋진 분위기와 매장에서 직접 만드시는 듯한 메밀면이 좋았고, 흔한 메뉴가 아닌 마와 낫또를 소바와 먹을 수 있는 곳 이여서 더 특별했어요.

전체적으로 매우 높은 평점이다! 날씨도 좋고 다들 가벼운 마음으로 나와 부담 없는 소바까지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였다. 날씨가 오늘만 같으면 좋겠다. 🙃

쟤 또 사진찍는다 쟤.

식후에는 성균님까지 합류해서 커피 한잔 들고 경복궁에 가기로 했다. 커피는 아키비스트. 우리는 회사에서 워낙 가까운 곳이라 이곳이 이렇게 유명하고 사람이 붐비는 게 신기하다. 시그니처 메뉴는 아인슈패너. 누구나 좋아할 맛이다.

저번 점심 원정대 포스팅에 날씨가 좋아져서 사진이 기대가 된다고 했었는데 벌써 그런 게 느껴졌다. 사진도 푸릇푸릇 해지고 빛도 풍부하니 사진 하나하나가 다 마음에 들고 올리지 못한 사진들도 아쉽다.

구석에서 분노의 타이핑과 마우스 클릭을 보여주던 불꽃 예지님. 퇴사하시는 분들을 보면 아쉽고 벌써 그립지만, 당분간은 너무나 행복하고 세상이 아름다울 것을 알기 때문에 매뉴얼 모두 기쁜 마음을 예지님의 퇴사와 앞날을 응원합니다 😎.

4월의 따뜻한 봄 날씨를 만끽하며 단체샷을 끝으로 예지님과도 안녕!

굿바이